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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리뷰][책] 나의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나의 하루는 4시 30 분에 시작된다.

정말 읽기 싫은 제목이다.

 

제목만 보더라도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일찍 잡으며

성공한 누구 누구 는 새벽 몇시에 기상 했고

어쩌고 저쩌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하며

잠을 줄여서 시간을 확보해야 하며 어쩌고 저쩌고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내용이 예상이 되었다.

 

책의 내용은 역시나 비슷했지만 그나마 잠을 줄이라는 말은 없었다.

대신 조금 일찍 자보는게 어떻겠느냐? 

'나는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데 너도 해볼래?' 라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조금 좋아보이기도 하였지만

좋은건 아는데 달콤한 아침잠을 포기 할 정도는 아니다.

 

책을 완전히 읽지는 않았다.

역시나 대부분의 내용은 자기자랑으로 들렸으며,

'애플의 CEO, JP모건의 CEO등 성공한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라는 내용이 몇 번 반복되면서 먼나라 사람 이야기 처럼 들렸다.

 

"그래.. 저 정도 독기는 있어야 성공을 하는구나.."

 

그래도 그 중 눈에 들어 온 구절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차 마시는 시간' 에 관한 이야기 였다.

 

그저 고상한척 하는 취미로 보일 수 도 있겠지만

나는 차 마시며 갖는 편안한 시간이 좋았다.

 

차의 맛을 알지는 못한다.

어떻게 찻물을 우려내야 더 깊은맛과 풍미를 내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저 추억속 누군가 나에게 차를 타줬던 추억의 냄새가 좋았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때도, 나 혼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도 좋았다.

최근 일상을 지내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잃어버렸기 떄문일까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는 언제든 할 수 있겠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도 연락이 뜸해졌고,

나에게 가끔씩 차를 타주던 사람과도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다.

 

문득 '그 시절의 내가 갖고있었던 여유' 가 그리워졌다.

 

추억에 잠겨 내일 하루만 일찍 일어나 볼까? 란 생각이 들었다.

알람을 맞췄다. 평소보다 40분 일찍.

 

다음날, 알람이 울렸다.

시계를 봤다.

 

40분 더 자야하는데 왜 지금 알람이 울렸지?

'아...... 차 마시는거... 그냥 더 잘까?...에휴....그냥 더 자자'

 

다시 잠을 자기로 다짐하고 눈을 감았지만, 막상 잠이오지 않았다.

가슴 한 구석 찜찜함이 있는걸까?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있으니 괜히 화장실에 가고싶은 기분이 들어서 침대를 벗어났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40분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와 똑같이 잠이 덜 깬 눈으로 화장실에가서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하고, 몸을 씻는다.

옷을 갈아입기전 시계를 확인해보니 평소 출근하던 시간 보다30분이 이르다.

 

시간이 많이 남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멍하니 식탁 의자에 앉는다.

주위가 조용하다. 조용한 아침이 어색하다.

우리집이 이렇게 조용했던가?

티비, 유투브, 음악소리가 항상 났던 우리집이었는데 적막하다.

집에 있던 녹차 티백을 머그컵에 넣고 물을 붓는다.

 

찻물이 우려나길 기다리는데 옛 추억이 떠오른다.

길다란 테이블에 6~7명이 모여 앉아 조곤조곤 떠든다.

테이블 가운데 투명한 유리병에 따듯한 차가 담겨져 있다.

 

'주전자 하나 사야하나...'

 

뜨거운 것을 잘 못먹기에 적당히 우려져 물의 색이 노랗게 변하자

냉동실에서 얼음 한조각을 꺼내 넣었다.

 

차가 담겨있는 머그컵을 들고 여유를 즐긴다.

심심하기도 했고, 핸드폰을 보고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오늘 일정을 생각해본다.

 

오늘 해야 할 일들..  중요한 이벤트..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원래라면 내가 일어나야했던 시간이다.

기계적으로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야했겠지만, 이미 나는 출근준비를 어느정도 마쳤기에

평소보다 느릿느릿 옷을 입고 출근준비를 한다.

 

여유로왔고, 그다지 피곤하지도 않았다.

문을 나서려는데 낡은 실내화가 불편해 새로 주문했던 택배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회사로 가져가야지 가져가야지 생각했지만 방치했던,

집에 도착한지 적어도 일주일은 지난 실내화다.

 

귀찮은 마음없이 실내화를 챙겨서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해 새로운 실내화로 갈아신었다.

 

폭신폭신한 새로운 실내화를 신고있으니, 괜히 별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서 일까 오늘따라 아침 인사가 밝다.

 

의자에 앉으며 생각했다.

요즘 뱃살이 많아져서 고민이었는데 30분만 더 일찍일어나서  가벼운 조깅을 해볼까?

 

 

 

 

 

 

나에게 '차를 마시며 갖는 시간'이 트리거 였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운동, 독서, 영화, 드라마가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책을 완전히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나는 아침에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퍽이나 만족스럽다.

오늘처음 30분 더 일찍 일어나서 동네 산책을 갔다왔다.

 

처음이라 그런지 30분 코스를 예상했지만 40분이 걸렸다.

평소 알던길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고

생각보다 내 몸이 오래 뛰질 못하기도 했다.

10분 늦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웠다. 차를 마시지 못했을 뿐이다.

 

비가 오거나, 몸이 피곤해 산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 작가는 4시30분에 일어나서 도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다시 책을 들여다 볼 생각이다. 

 

 

무언가 변한 기분이다.

실제로도 내가 조금은 발전했으면 좋겠다.